문화역서울284의 '시간여행자의 시계'를 다녀와서


광화문에 위치한 기관을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이유로 서울역을 자주 갑니다. 업무를 끝나고 기차표를 예매하면 가끔 30~40분의 여유가 생기기도 하지요. 옛 서울역은 ‘문화역서울284’ 라는 이름으로 각종 전시를 무료로 제공하는 전시공간으로 활용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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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월, ‘시간여행자의 시계’라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몇 가지 전시물이 눈길을 잡는데요, 먼저 밀도가 낮은 천에 인쇄를 하고 구조물에 계시한 전시물은 빛과 조화를 이뤄 마치 유리에 프로젝션 화면이 비치는 듯한 효과를 주는 군요. 유리는 하나도 없지만 비싼 전시물의 느낌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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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저의 눈길을 끈 전시물은 아래의 것입니다. 작은 유리상자안에 우리 집 어딘가에 있었던 것 같은 생활물건을 넣어 놓았습니다. 여기서 제 관심을 끈 건 이 전시물이 있었던 곳을 간략한 약도로 표시했다는 것입니다. 인두의 사용자 실명과 어떤 환경에서 사용했으며 그 장소는 이곳쯤이다 라는 별것 아닌 물건의 전시물이 저를 47년 전의 시간 속으로 보내 공감을 이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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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마무리는 전시에 관련된 내용을 스티커로 만들어 사용자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기획했다는 것입니다. 관람자의 참여를 이끌어 전시에 대한 기억을 남기고 스티커 부착이라는 간단한 동작에도 잠시 조화와 여백을 생각하게 하여 무의식적으로 공간과 색체에 대한 고민을 통한 창조를 이끌었다는 것이 좋은 경험으로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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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현대사 아카이브’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현대사가 있는 사진을 수집하고, 현재의 장소와 행사를 찍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프로젝트에 한 가지 아쉬움이 있습니다. 사진은 풍부하게 촬영되고 수집되고 있는데, 그것이 그냥 사진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공간을 단순한 모니터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내 주위에 위치한 역사적 공간이 어디이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했으며, 혹시 주변을 지나다 보더라도 저곳이 어떤 곳이었구나를 공감할 수 있었으면 좋을 텐데 그런 기능을 담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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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문화역서울284의 전시물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주 단순한 물건이라도 이것을 사용한 시기, 사용자, 사용 장소를 알게 된다면 허투루 사물과 자료를 대할 수 없고 의미를 부여하여 볼 수밖에 없겠지요.

 

지금 부여는 유네스코의 영향으로 많은 개발이슈가 있습니다. 과거의 자료를 찾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하지만 2017년의 어제도 과거의 기록이고 역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뜨래마루가 하고 있는 지역의 기록은 정말 꼭 필요한 작업이고 훗날 중요한 역사적 사료가 될 것 이라고 보입니다. 또한 과거자료는 어렵더라도 새로 수집되고 제작되는 자료는 위치에 대한 정보와 대상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꼭 수집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의 구절이 깊이 와 닫습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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