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산 장에서는 썩은 생선도 잘 팔린다


보부상의 활동 근거지였던 홍산면과 보부상에 대한 재조명

 

 

충남 부여 사람으로 살아왔지만 부여에 대한 나의 지식은 빈한했다. 백제가 남긴 유산이 너무 많아서 그 외의 역사에 대해서는 가려져 버린 곳이 부여였다. 특히 보령, 부여, 서천 등으로 가는 지역적 요충지였던 홍산면은 보부상의 활동 역사가 깊은 곳이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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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역사문화연구원 유병덕 님과 김삼현 님(오른쪽) 홍산 보부상 축제에 앞서 홍산 보부상 마지막 영위였던 김 재련 님의 묘소에서 고유제 준비 중인 장면.


아직도 5일장이 명맥을 유지하는 홍산 장에는 옛날 여배우를 보는 듯 머지않은 지난 시절에는 잘 나갔던 동네였다는 흔적은 남아 있다.

부여군 홍산면에는 동헌과 객사, 향교 등 문화재가 잘 보존되어 있으면서도 근대식 건물도 간간이 눈에 띄는, 이야기 꺼리를 찾으면 풀어 낼 꺼리가 많은 곳이다. 이야기에 뼈대를 세우고 살을 붙이면 역사 속에 기록된 '갇힌 이야기'가 손에 잡힐 듯, 눈에 보일 듯하게 살아 있는 이야기로 재탄생될 곳이다.

홍산면에서 보부상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된 것은 최근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보부상에 대한 지식은 '봇짐과 등짐을 지고 다니며 물건을 팔았던 옛날 보따리 장수와 장돌뱅이'라는 것 정도였다. 그런 보따리 장수들이 조직적으로 활동을 했고 거점 지역이 있었으며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지위 체계를 갖추고 있었으며, 정기적으로 세력을 유지, 과시하기 위한 행사와 의식을 치렀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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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삼현 님의 부친 김 재련 님의 묘소 홍산 보부상 축제에 앞서 보부상 마지막 영위였던 김재련 님의 묘소에서 고유제를 지내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홍산에는 보부상의 조직과 체계를 유지했던 생생한 근거 자료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분이 계셨다. 홍산면에 사는 김삼현님(63)은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보부상에 대한 모든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가 국립 부여 박물관에 기탁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료들을 분석하고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이나 학자들에게 공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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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금록- 보부상의 인사 기록부 청금록에서 김 재련 님이 부영위로 기록되어 있는 부분을 찾았다. 후에 김 재련 님은 영위에 오르게 된다.

 

김삼현님의 부친 김재련님은 홍산 지역의 유지로 명망이 높았던 분이다. 보부상 조직의 고문 격인 영위를 역임했던 분이었고 보부상의 인사기록부라고 할 수 있는 청금록에는 그의 이름과 사는 곳이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그런 이유로 그는 보부상의 인장과 인궤 등의 유품을 보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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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 보부상의 인궤 홍산 보부상의 모든 문서에 찍었던 인장이 보관되어 있는 인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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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 보부상의 인장들 인궤 안에 보관되어 있는 인장들. 현재에는 국립 부여 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보부상은 장이 서는 곳을 찾아 떠돌아다니면서 물류를 이동시키고 이윤을 발생시켜 생계를 유지했던 차원을 넘어서 오늘 날 농협과 같은 거대한 조직을 갖추고 있었다고 한다. 그에 따르는 조직의 규율도 엄격했다. 그 규율을 어겼을 땐 호된 형벌이 가해지기도 했다. 공문제(公文祭)라는 보부상 총회이며 축제였던 행사에는 보부상 상단에 속한 사람은 병자라도 한 사람도 빠짐없이 참석해야 한다는 규율이 있을 정도이다. 

조직의 운영도 민주적이어서 임원 선출 후에는 인수인계가 확실했으며 문서로 기록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다고 한다. 때문에 오늘날 보부상에 관한 유물과 문서들이 많이 남아 있다. 다만 보관 체계가 일관되지 않아서 그 가치를 모르는 후손들에게 흩어져 있는 유물들도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홍산 지역의 보부상은 '저산팔구 상무좌사(苧山八區 商務左社)'라는 명칭으로 모시 생산지로 유명했던 8개 지역 중에 하나로 모시 유통에 중심적 역할을 했던 곳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모시 옷은 고가품으로써 보따리 장수들이 취급하는 물건이 아니라 상업적인 업무가 필요한 사무소를 갖추고 거래를 해야만 했다. 

그러다 보니 홍산 지역은 오늘날의 용어로 말하자면 물류 산업의 허브 도시였다. 부여 읍보다 5일장은 번성했고 홍산 장날에는 썩은 생선을 가져다 팔아도 잘 팔린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지금은 한산 모시의 명성에 가려져 버렸지만 모시 장은 홍산 장에서 더 활발하게 거래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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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 보부상의 마지막 도집사였던 김 대연 옹 김 대연 옹이 김 재련 님의 묘소에서 홍산 보부상의 마지막 도집사로서 60면 만에 술잔을 올리고 있다.

 

김삼현님은 부친께서 남긴 보부상단에 관한 자료들을 간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료들을 읽고 분석하며 '옛것을 알아야 오늘날이 보인다'라는 신념을 실천하고 있다. 그 결과 1970년대 보부상 의전을 담당했던 김대연옹(85)이 부여에 살아 계신 것을 찾아내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김대연옹은 22세 청년 시절 홍산 지역의 보부상 의전 행사인 '신차 영감 행차'에서 오늘 날의 명칭인 사무장 격인 도접장을 맡았던 분이다. 김대연옹의 구술에 따르면 당시 보부상 '신차 영감 행차'는 저산팔구 지역의 주민들과 보부상들의 축제였으며 그 행사를 보기 위해 근동의 모든 인파가 홍산으로 모여 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 옛날 보부상들은 이제 그들이 남긴 문서와 유물 속에 존재를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보부상들의 후예라고 할 수 있는 홍산 지역민들은 저산팔구의 상업의 활성화에 기여했던 보부상들의 활동을 지역 축제로 추진하고 있다. 현대판 보부상으로 살고 있는 홍산 지역민들은 보부상의 부활을 꿈꾸며 다시 길을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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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 장날 모습 재현 홍산 보부상 축제날 홍산 장날과 보부상들의 모습을 재현한 모습

 

덧붙이는 글

본 글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오창경님께서 기고해 주신 글입니다.  본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게재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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